앙상블 스타즈!공식 설정으로 기록되어 있는 부분 외에도 드림 관련 요소가 들어있는 프로필 칸입니다.
드림 서사의 메인스트림 격인 2학년 마오와 24살 우사의 프로필을 디폴트로 여러가지 오리지널 요소를 포함한 상태로 올라옵니다.
커플 애칭인 Fruits Basket 에서 따와, 마오는 사과, 우사는 복숭아, 코이코(2세)는 자두로 표기합니다.
공식 설정 외에도 창작 요소가 난무하는 설정이니 다른 곳에 링크를 올리거나 내용을 옮겨 적지 말아주세요!
※ 하단의 이미지를 누르면 캐릭터의 프로필로 이동합니다 U.U
(프로필 내 볼드처리된 이름을 눌러도 해당 캐릭터의 프로필로 이동합니다)
※ 마오와 우사의 하단 이미지는 관맹(@kwanmaeng)님 커미션
Original Character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남친있는 성덕.
잘생기고 섹시하고 사랑스럽고 세상 혼자사는 것 같은
8살 연하의 밤비쨩과 연애중♥ 입니다. (도둑놈임)
양심에 찔려서 결혼까진 좀.. 했는데 결국 결혼도 함.
부모님이 돌연 본가로 들어가시며 갑작스럽게 자취가 결정되어 버렸다.
1월 1일, 새해. 그 전까지 짐은 열심히 옮겨놨고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서 잠시 바람도 쐴 겸, 지리도 익혀볼 겸 길을 나서다가 옆집에 사는 마오와 딱 마주쳤다. 안그래도 미인에게 약한 우사지만 정말 딱 우사의 취향 홈그라운드에 직격타를 날리는 마오를 보고 우사가 자기도 모르게 "헉, 대박." 을 육성으로 외쳐버렸고(...) 마오는 우사가 하는 말을 듣고 갸우뚱 하다가 '혹시 1학년때 내 무대를 본 팬인가?' 정도로 여겼다. 다소 머쓱한 첫만남이었을지도.
그런데 이 이후로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자주 마주쳤다. (그야 옆집이니까)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러 동네 마트에 가다가도 마주치고, 주말에 신간 만화책을 사러 갔다가도 마주치고, 게임 센터에서도 마주치고, 심지어는 장을 보러 가셨던 어머니를 따라와서는 저녁도 먹고 갔다(어머니 말로는 저번 주 즈음 맛있게 먹었던 그 케이크가 옆집 사는 모모조노씨의 이사떡(?) 같은 거라고 하시더라). 와중에 옆집의 그 이상한(?) 여자는 이사라군이라고 부르면서 매번 볼 때마다 또랑또랑 반짝반짝한 얼굴로 물끄러미 쳐다보는지라 마오는 우사가 소위 말하는 악개나 스토커라고 생각하고(ㅋㅋ) 꺼림칙하게 여겼다.
반면 우사는 우사대로 본의아니게 자주 마주치는데 얼굴은 참 취향이고, 근데 얘가 자꾸 자기를 볼 때마다 심난한 얼굴로 입술만 달싹거리는 것이 수상해서 지딴 애 나름대로 추리를 하다가 결론을 냈던 것이 '얘가 날 좋아하나보다!' 였다...(?)
그렇게 서로 오해의 탑을 쌓아간게 약 2주 가량. 결국 마오쪽에서 참지 못하고 저기, 좀 할 말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곤란하고(그쪽이)... 하면서 말문을 텄고 우사는 얘가 자기한테 고백하려는 건줄 알고 자자잠깐만 이사라군! 나는 생각보다 나이도 많고... 하는 바람에 마오는 ??? 하는 상태가 됐고, 그런 마오 보면서 우사도 ??? 해버렸다.
알고보니 그냥 만화 취향이랑 게임 취향 같은 것들이 유독 비슷했던 것 뿐이었고(서점의 만화코너든, 게임 센터든 전부 우연이었다☆) 우사는 마오가 아이돌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서 전부 오해였다는 걸 알고 엄청 머쓱해져버렸다. 물론 우사는 머쓱한 것보다 웃긴게 더 커서 그자리에서 주저앉아서 끅끅거리면서 웃었음.
그리고 생각보다 취향 메이트에 죽이 굉장히 잘맞아서 옆집의 짱친 이웃이 되었다.
마오: 근데 누나 나이라고 해봐야 나랑 몇 살 차이도 안날 것 같은데.
우사: 너 빠른년생이라며? 나랑 8살 차이야.
마오: ?
그 이후에 마오가 아이돌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오, 그렇구나. 어쩐지 태가 남다르다 했어~ 하면서 넘어가기도 하고, 우사가 유독 마오를 열심히 봤던게 단순하게 예쁘고 잘생긴거 좋아하는 탐미주의 성향대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해가 풀리고 나니까 바로 옆집에 취향 잘맞는 사람이 생긴 셈이라 급속도로 친해졌다. 하릴없는 주말에는 같이 만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가끔은 신작 영화라던가 애니메이션 극장판 같은것도 보러 가고.
와중에 마오가 개학하고 나서 S1(vs홍월)을 앞뒀을 때 우사한테 별 일 없으면 구경오지 않겠냐고 하면서 표를 줬다. 아이돌 육성 학원이라고 해봐야~ 하고 별 기대를 안하고 쫄레쫄레 간거긴 했는데, 그 때 가서 트릭스타의 무대를 보고 그대로 훅 반해버렸다. (이 때는 정말 사심 없는 팬심.) 무대가 끝나고, 마오 학생회 일 하다가 으아, 피곤하다~ 하면서 집에 가려고 할 때 우사가 교문 앞에서 차로 대기하다가 이케 태워줬었다. 완전 멋있었다면서 처음에 그렇게 오해할만도 했었네~ 나 이번엔 진짜로 마오 팬 된 것 같아~ 무대에서 제일 멋있더라! 하면서 재잘댔는데, 와중에 마오가 피곤했던 나머지 짧은 거리인데도 깜박 잠이 들었었다. 잠든 마오 보다가 편의점에서 비타민이랑, 스포츠 드링크, 그리고 간식같은거 좀 이것저것 사다가 집 앞에 도착해서 깨워줄 때 같이 들려 보냈다. 비타민통에 [마오 파이팅!] 하고 동글동글한 글씨로 써있는 거 보면서 마오도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우사는 정말 트릭스타 진성 초기팬 + 마오 오시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마오 자신감이랑 자존감도 많이 올려줬다. 무엇보다 우사는 딱 천재소리 듣는 디자이너고 하다보니 미적 감각이나 예술측면에선 제법 까다로운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 시점으로 봤던 무대의 피드백 같은 것도 꽤 정리를 잘 해줬지 않을까. 이렇다보니까 마오를 통해서 안즈랑도 안면이 트였을 것 같고, 다른 트릭스타 애들도 우사랑 얼굴정돈 알고 지냈을 것 같다. 가끔 밥이나 간식도 사줬지 않을까...
이런식으로 우사가 마오의 팬으로써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도 해주면서 가끔은 또 편한 덕메이트로 게임도 하고 만화도 보고~ 하는 사이로 지냈다. 이게 딱 섬머레슨 전까지의 이야기.
섬머레슨 때 마오가 불꽃놀이를 보다가 문득 우사 생각이 났다. 누나는 예쁜 거 좋아하니까, 이런 것도 좋아하려나~ 싶은데 마침 딱 그 이후즈음 해서 이사라 가족들 다같이 주말에 나츠마츠리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가족들도 우사랑 친하니까, 하는 생각에 옆집 누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할까? 해서 우사까지 불러가지고 다같이 놀러 가기로 했...는데, 당일날 부모님이 갑자기 일이 생기시는 바람에 못가게 되고, 동생은 그럼 자기는 친구들이랑 가겠다면서 훌쩍 혼자 가버리는 바람에 약속이 펑크나버렸다.
별 수 없으니까 마오도 조금 섭섭한 맘으로 미안한데 가족들 전부 일이 생겨서 취소가 됐다고 메일로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왔는데 아쉬워하는게 뚝뚝 묻어나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저녁에 똑똑 문을 두드렸다. 누나만 괜찮으면 둘이서라도 가자구~ 하면서. 우사는 원래 축제같은 거 엄청 좋아하는데, 요 몇 년은 회사에서 자리를 잡으랴 뭐하랴 바빴던지라 축제를 가본지가 제법 오래 됐었다. 그래서 잔뜩 들떠가지고 유카타도 입고, 곱게 화장도 좀 해보고 했었는데 취소되서 머리 올렸던 거 망가지는 것도 모르구 널부러져 있다가 마오가 오는 바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근데 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들떠서 신났을 것 같아. 드러누워서 헝크러졌던 머리는 마오가 다시 묶어줬다.
처음엔 데이트라는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가니까 연인 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엄청 많은데다가, 우사가 너무 작아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는 바람에 마오가 어쩔 수 없네~ 하면서 손 꼭 잡아줬더니 가는 곳마다 연인으로 오해받아버렸다. 타코야끼 노점 아저씨가 귀여운 커플이라면서 몇 알 더 넣어줬다는 말에 우사가 신나가지구 그렇대 자기야! 하는 바람에 마오 얼굴도 엄청 빨개졌다. 그렇게 금붕어 뜨기도 하고, 간식도 잔뜩 먹고 하면서 놀다가 불꽃놀이 보는데 괜히 좀 간질간질하고, 두근두근 하고 했던 것 같다.
그치만 둘 다 별 생각 없이 분위기 탓이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불꽃놀이 엄청 예뻤지! 보러 와서 즐거웠어~ 고마워~ 하고. 근데 어쩐지 잠도 안오고, 자꾸만 같이 축제 가서 놀았던 기억들이랑, 꼭 마주잡았던 손 같은 것들만 떠올라서 둘 다 밤잠 설쳐버렸다.
7월 7일, 칠석제가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마오도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고 시즌 끝나고 꽤 한가하게 놀고 있던 우사가 천구희 준비를 많이 도와줬었다. 나츠마츠리 때 두근두근 설레였던 마음은 꼭꼭 눌러두고, 트릭스타 멤버들이랑 안즈 간식같은 것도 사다주고, 무대 셋팅이나 옷 수선하는 것도 조금씩 도와주고. 어떻게 손 닿는대로 도와주면서 마오랑 좀 두런두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하면서 놀았었다. 그러다가 탄자쿠를 달아주는 와중에 마오랑 장난치면서 놀다가 마오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는데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서 잡아 당겼다가 우당탕 넘어졌고, 마오한테 깔리는 상황이 연출되어버렸다. 이 때 둘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라, 했는데 내가 얘를(누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과 동시에 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기본적으로 둘 다 처음에 서로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오해했던 전적도 있거니와(이 때 서로한테 반할 일은 없을 거라는 식으로 깔깔 웃었었다...), 둘 다 생각이 많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나이차가 걸렸을 거고, 두번째로 서로의 입장같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우사 쪽이 무려 8살이나 많은 연상인데다가 꽤 유명한 디자이너고, 마오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아이돌. 여러 의미로 눈에 띄는 조합이니까 만약 같은 마음이라고 해도 최악이라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 같다.
이날 니코리랑 같이 칠석제 무대를 보면서도 우사는 반쯤 정신이 빠져있었다. 평소에는 완전 신나서 트릭스타 오늘도 반짝반짝 최고였다. 특히 마오 엄청 멋있었지~ 하면서 유난을 떨었을 우사인데 조용히 몸이 안좋아서 먼저 간다는 말만 남기고 무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이 훌쩍 가버렸다. 매번 무대가 끝나고 같이 돌아가는 길에 이 부분은 어땠고, 저 부분이 좋았고~ 하면서 재잘거렸던 우사가 메일로 오늘도 멋졌어~ 라는 짧은 감상만 남겨놓고 끝냈다. 그래놓고서는 피하는 거 완전 티나지 않았나 걱정했을 것 같아.
그날 밤은 설렘보단 걱정때문에 밤을 설쳤다. 마오도 우사도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자각하긴 했는데,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니까 밤새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결국 둘 다 꼭꼭 숨기고 묻어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을 것 같다. 연애를 하기에는 둘 다 입장이라는게 있고,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친구들인지라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도 겁이 나지 않았을까. 그렇게 마음을 잡고 난 이후의 주말에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둘 다 웃으면서 인사했다. 몸은 좀 괜찮아? 쉬었더니 말짱해! 하면서.
갑자기 거리를 두는 것도 이상할테니까~ 하면서 평소처럼 하자고 하는데 이미 미묘하게 의식하고 있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 때 어떻게 했더라? 하면서 예전처럼 행동하려고 하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에 다 사심이 담기고, 의미가 담기기 시작하면서 이전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 불가능해졌다. 그치만 갑자기 안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라는 핑계로 욕심껏 관계를 유지하는 애매모호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마오가 나기사한테 '평범하다'는 소리를 듣고서 심적으로 슬럼프가 왔을 때 문득 생각났던게 우사였다. 언제나 바로 옆에서, 네가 제일 멋지다고, 무대에서 제일 빛났어! 라고 해주던게 우사였던지라 평범하다는 말을 듣고 심난할 때 떠오른 것. 정말 별 생각 없이 우사한테 전화했다가 아차 싶어서 끊으려고 할 때쯤 우사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라이브 때문에 바쁜 거 아니였어? 잠깐 쉬는 시간인걸까~ 하는 우사한테 마오가 그냥 적당히 아니 뭐, 그냥...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했는데 그 목소리에서 묘하게 기운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우사가 마오, 지금 내가 그쪽으로 갈테니까 휴대폰으로 위치좀 찍어서 전송해봐~ 하고 회사 연차내고 바로 마오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친한 옆집 누나동생 사이라지만 따지고 보자면 거의 남에 가까운 관계인데도 기운이 없어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바로 달려와주는 거 보면서 좀 오만생각이 다 들지 않았을까.
우사는 우사대로 마오가 슬럼프에 빠졌다는걸 눈치채고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예 따뜻하고 달달한 핫초코 한 잔 사서 쥐여주고 바람쐬러 가자고, 오늘은 내가 납치한거야~ 하면서 경치 좋고 인적 드문 산책로라던가 강가 따라서 드라이브 갔을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특별히 대화를 한 건 아니었고, 그냥 라디오 채널을 하나 틀어놓고서 조용히 바람쐬고 머리좀 식히는 시간이라는 느낌. 그러다가 적당히 차 세워두고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노을지는 것도 구경하고 하면서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우사가 딱 마오 나이일 때 즈음에 슬럼프 걸려서 혼자 고생했던 이야기를 잠깐 꺼냈을 것 같다. 뭐든지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고, 누구한테 털어놓는 것 자체를 어려워 하던 열일곱 살의 우사를 덤덤하게 풀어놓고. 결국 혼자서 털어내긴 했지만, 자기는 아직도 그 때의 감각을 떠올리면 조금 무섭다고, 차라리 그 때 누군가에게 털어놨다면 좀 더 편했을지도~ 라면서 혼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하다가 잠깐 머뭇거렸을 것 같다. 우사는 누군가를 위로해본 적도 없고, 상냥한 말이 서툰 사람이니까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고.
"…마오는 어른스럽고 야무진 아이니까 뭐든지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가끔 힘들 때는 의지하는 법도 배웠으면 좋겠어. 부모님께 의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고, 또래 친구들한테 의지하는 것도 민망하다면 나를 의지해보면 어떨까? 이래뵈도 꽤 연상이고, 누가 뭐라고 해도 마오의 편인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꼭 잡아줬고, 마오가 멈칫했다가 살짝 손을 빼는가 싶더니 자기가 덮어서 꽉 잡아줬다. 그리고 한참 고민하다가 우사가 얘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덤덤한 말투로 조금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다른 애들에 비하면 나는 평범하고 무난하잖아. 기껏해야 남들보다 요령이 좀 좋아서 약간 앞서나가는게 전부이려나~… 그래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 …아하하, 한심하지?"
"마오는 마오인걸. 그 자체로 특별한 사람인거야. 무엇보다, 한 발 앞서 나간다는 건 말은. 즉, 그 애들이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너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거라는 뜻이기도 해. …뭐어, 굳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반짝이지만. 나한테는 마오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걸. 최고로 멋지니까!"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고, 딱 이정도 얘기하다가 해가 완전히 저물고서야 느긋하게 돌아왔을 것 같다. 그렇게 마오는 조금이나마 심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웠고, 힘들 때는 우사한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사는 마오한테 언제, 어느 때든 마오의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했고. 돌아가는 길에 한 결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히 '친한 옆집 누나와 동생 사이'는 이미 훨씬 벗어났다고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없고, 이성으로써 좋아하는 마음을 잘라내기에는 많이 커버린 탓에 어쩔 줄 모르고 어영부영 숨기기에만 급급하지 않을까. 여전히 손을 꽉 마주잡은 상태에서도 위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끊임없이 다짐하고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어텀라이브가 끝나고, 록킹스타까지는 나름대로 평온하게 흘러갔다.
바쁘게 지나가고, 슬슬 할로윈 라이브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연습 때문에 느즈막하게 귀가하던 마오가 가는 길목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바람쐬고 있던 우사를 발견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엄청 취해 있더라. 평소에도 회식이 있을 때면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해 텐션이 올라가있던 모습은 봤지만 이렇게 만취해서 멍~한 상태는 처음봐서 걱정되는 맘으로 몇 번 우사를 부르고 반응을 확인했다. 눈을 뜨고 졸기라도 했던건지 멍하니 있던 우사가 그제서야 활짝 웃으면서 마오~ 하고 아는척을 하고. 얼마나 마신거야, 주정뱅이가 따로 없네~ 하면서 농담을 했더니 또 삐져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자, 다 큰 아가씨가 이렇게 만취해서 있으면 위험해요. 데려다 줄테니까~ 걸을 수 있겠어? 업어줄까? 어쩐지 애취급 하는 말투에 잔뜩 골이난 우사가 고개를 홱 돌리면서 모르는 척 했다. 더 바람쐬고서 들어갈거니까 혼자 가던가~ 내버려 두던가아~. 답지않게 토라져서는 몸을 돌리는 우사가 웃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또 걱정도 되는지라 아예 옆자리에 걸터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바람이 더 쐬고 싶은거면 기다릴테니까~ 하면서 얇은 옷차림인 우사한테 교복 마이도 벗어서 둘러주고. 술기운 탓인지 대뜸 심술부터 나버리는 바람에 우사가 한참을 투덜거렸다. 잔소리쟁이, 오지랖쟁이, 한참 어린게~ 하면서 쟁알쟁알 거리던 우사가 깊게 한숨을 쉬고선 툭 폭탄발언을 던졌다. 뭐어, 그런 마오니까 좋은거겠지만. 작은 목소리였지만 가까이에 있었던지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에, 지금 뭐라고- 당황한 투로 되묻는 마오 때문에 우사도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고. 미쳤구나, 모모조노 우사. 이미 술기운이 싹 가셨지만 굳이 깼다는 걸 말하고 싶진 않았다. …몰라, 나 갈거야~! 제법 큰 보폭으로 걷는데, 왜 하필 오늘따라 하이힐이었고, 길은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지. 비틀거리면서 가는 폼이 안쓰러워서 결국 머리를 한 번 헤집은 마오가 우사를 번쩍 안아올렸다. 업히라고 해봐야 거절당할게 뻔해서. 처음에 몇 번 바둥거리던 우사가 술기운 탓인지 가던 길에 품에서 그대로 곯아 떨어졌고, 우사 집의 스페어 키가 어디에 있는지~쯤은 알고 있는지라 우사를 침대에 눕혀주고 나서 돌아왔다. 우사는 술기운 탓에 그대로 푹 잠들어버렸지만, 마오는 심난해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이 싹 날아갔다던가~ 했으면 좋겠다고 바랬지만, 또 그런 기억만큼은 정확하게 남아있어서. 놀란 표정, 그리고 곤란할 때 나오던 미소. 언제나 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한 주제에 내가 곤란하게 만들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한참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했지만 우사는 애초에 표정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서투른 사람이었던지라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안난다고 말해봐야 금방 들킬게 뻔했다. 무엇보다 거절당할게 확실하니까. 마오쪽은 몰라도, 우사는 마오 역시 자기한테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오는 이성적인 아이니까. 거절할게 분명하고, 거절하는게 맞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얼굴을 보고 거절당할 생각을 하니 민망하기도 하고, 한참 우울할 것 같아서 머리를 쥐어싸매고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의 준비'가 될 때 까진 피해다니기로 결심을 굳혔다. 뭐, 문자로 통보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 마오 역시 밤새 고민도 많이했었지만 역시 주변의 시선도, 그리고 자기와 우사의 나이차라던가 사회적 위치~ 같은 것들 때문에 나올 소리들을 잘 견딜 자신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메일이나 통화로 거절하는 건 진심을 고백한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우사를 만나면 제대로 얘기하고 선을 긋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우사가 정말 귀신같이 피해다녀서 좀처럼 타이밍이 오질 않았다. 주말에 집을 찾아가보긴 했지만 비어있는지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질 않고, 스페어 키는 사라지고 없고. (니코리네 가서 술퍼마시고 있었다.) 평일에도 평소에는 마오가 등교하는 시간즈음 해서 같이 출근하고는 했는데 이미 새벽같이 잽싸게 출근한건지 보이질 않고. 할로윈 라이브의 연습을 병행하느라(+a) 이래저래 치이다가 밤 느즈막히 돌아가는 길에 봐도 회사에서 밤을 새는건지, 아니면 일찍 자는건지 집에 불 한 번 켜지질 않았다. 전화를 해도 죄다 씹는데다가, 바쁘냐고 문자를 보내도 한참 후에야 요새 좀 바쁘네, 미안. 이라는 말만 자동 답변처럼 오는지라 마오도 점점 예민해졌다. 집중을 못하기도 하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책상에 머리를 쾅 박기도 하고(...). 그렇게 딱 일주일이 되었을 때 평소 곧잘하던 서류 작업도 엉망진창으로 하면서 반쯤 나사가 빠진 후배를 보다못한 케이토가 강제로 집에 돌려보냈다. 그렇게 아직 해가 저물기도 전에 터덜터덜 집에 돌아가던 마오가 문득 오늘이 금요일이고, 그렇다면 우사가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것을 깨닫고는 무작정 우사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우사는 7시를 조금 넘기고 퇴근하면서 마오야 할로윈 라이브 때문에 빨라도 9시나 되야 올테구... 어느정도 마음도 다잡았으니까 내일은 제대로 마주하고 대화하자. 하면서 결심하고 있는데 그 결심이 문 앞에서 기다리는 마오를 보고 다 깨져버렸다. 쟤가 왜 저기있어?! 하고 식겁해서는 골목 벽 뒤로 숨어버린 우사가 한참 서성이다가 결국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서 상가 근처를 서성이다 왔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도 마오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계속 밖에 서있었나. 추울텐데.
결국 한참 고민하던 우사가 결국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들고 와서 문 앞에 앉아있던 마오한테 불쑥 내밀었다. 추운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차마 시선은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채 커피를 내미는 우사를 보면서 마오도 조금 착잡해졌다. 분명히 거절할 생각이었고, 내내 피하던 우사한테 조금 화도 났었는데. 언제나 똑바로 눈을 맞추고 말하던 사람이 새삼스럽게 시선을 피하고, 묘하게 자신없고 위축된 것 같은 태도를 하고 있으니 어쩐지 울컥하기도 하고. 빤히 보이게 피해다녔으면서 추워보인다며, 저를 걱정하는 이유로 결국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거절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것만 같지도 않고, 애초에 얼굴을 보자마자 거절할 자신도 없어졌다. 안그래도 요새 날씨 찬데, 정말 얼어죽는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웃는데, 애매한 얼굴로 따라 웃는가 싶던 우사가 시선을 애매하게 비껴내리듯이 맞추면서 할 말 있던거 아니냐고 물을 것 같다. 나름 차분함을 유지하려는 것도 보이고, 그러면서도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꾹꾹 눌러 참는게 빤히 보여서 음, 하고 뜸들이던 마오가 그냥 답 대신에 아예 입을 맞춰버렸다. 당황해서 눈만 깜박이는데 마오가 조금 머쓱한 얼굴로 웃으면서 보고 싶었어. 이렇게 얼굴 보니까 좋네~ 하면서 벙쪄 있는 우사 꼭 안아줄 것 같다. 너무 답이 늦었는데, 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누나를 좋아하나봐.
그렇게 해서 사귀게 되었다고 합니다. fin♥
(1) 우사는 어렸을 때부터 주욱 단발이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더니 겨울즈음에는 머리칼이 날개뼈를 덮을 만큼 길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어깨선에 닿을랑 말랑 하던 단발이었던지라 마오가 별 생각 없이 "머리 기르는 중이야?" 라고 물었고, 옆에 있던 니코리도 "나 우사쨩이 머리 기르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아~" 라고 말하는 바람에 우사가 어물어물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 왜… 한참 전이긴 한데 마오가 인터뷰에서 긴 생머리가 이상형이라고 했잖아…. 역시 머리 기른거 이상한가?! 자를래~!" 하면서 와악 하는데 마오는 그 때 정말 별 생각 없이 둘려대는 용으로 했던 말을 담아두고 처음으로 머리를 기르는 중이라는 말에 푸핫 웃다가 꽉 안아줬을 것 같다. 그냥 길러주면 안돼? 나 때문에 길렀다고 하니까 기분 좋은데. 예뻐, 잘 어울려.
(2) 2017년 4월,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마오의 가족들에게 연애 사실을 밝혔는데 가족들이 다 알고 있었다(...). 언제쯤 알려주나 했다고. 근데 우사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고 있었던지라 우사가 황송한 얼굴로 스물 여섯이라고 밝혀서 약간 갑분싸 됐음... 뭐 사랑에는 나이도 성별도 국경도 없다잖냐 하고 적당히 넘어가는 상황에서 마오가 좀 돌발적으로 진지하게 결혼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는데 우사가 기겁하면서 마오 옆구리 꼬집고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하다가 민망한 얼굴로 발그스름해져서 아니, 그러니까, 싫은건 아닌데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무엇보다 마오는 한참 더 발전할 수 있고 반짝반짝한 아이니까 저한테는 많이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하면서 차분하게 해석 달 것 같은데 사실 이사라 가족들은 우사 나이 듣고서 좀 놀라긴 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뭐 둘이 어련히 잘하겠지 하고서 쿨하게 넘어갔을 것 같아. (마오:ㅎㅎ)
졸업 이후엔 마오가 바로 우사네 집으로 이사를 가고(바로 옆집이지만) 마오 여동생이 정말 기뻐했다. (드디어 오빠 방을 차지했다!) 그리고 정말 꾸준히 반년~1년 정도의 텀으로 프로포즈를 했는데 우사 입장에선 마오가 한참 어리기도 하고 (마오가)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줄기차게 거절한다. 그렇다고 마오랑 헤어질 용기도 없는지라 결국 마오가 헤어지자고 할 때 까지는... 하면서 좀 소심하게 굴었을 것 같아. 처음엔 프로포즈 거절당하고 속상하기도 했는데 우사가 걱정하는게 어떤건지도 알고, 하니까 나중에는 "내가 싫은건 아니지?" 하고 물어봤을 것 같은데 우사가 좀 쿠궁한 얼굴로 "절대 그런거 아니니까... 그런 말 하지 마..." 해서 이후로는 '우사가 자길 싫어한다'는 의심은 전혀 안했다. 그냥 누나가 아직 좀 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거겠지~ 하고 있었으려나.
그러다가 2023년 1월 1일, 같이 참배를 마치고서 손 꼭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마오가 먼저 다시 얘기를 했을 것 같다. 내년에도, 그 이듬해에도,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렇게 누나랑 손잡고서 새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 누나는 어때? 농담처럼 장난스럽게 하는 말에 우사가 푸하 웃으면서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하는데 마오가 조금 진지하게 이어서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앞으로도 쭉 누나랑 함께 있고 싶고, 이제 누나가 없는 내 미래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아. 나름 많이 고민했다고~? 하면서 괜시리 손을 좀 더 꼭 잡곤 그러니까 이제 슬슬 포기하고 나랑 결혼해 줘~ 했을 것 같다. 새삼스럽지만 우사가 좀 감상에 젖었을 것 같다. 딱 8년 전 처음 만났던 그 날에, 처음 만났을 때의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마오가 이 타이밍에 고백을 해온다는게 조금 웃기기도 하고, 또 이렇게 오랫동안 사귈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무엇보다 언제나 자기를 진지하게 대해준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입으로 전해 듣는건 또 다른 기분이라서 좀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고민하다가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몰라. 하면서 반쯤 충동적으로 받아줬다.
당연히 거절당할거라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있다가 눈 댕그래졌을 것 같아. 그 표정이 웃겨서 우사는 또 빵터지고, 어쩐지 굉장히 멋없는 프로포즈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마오도 머쓱해졌을 것 같아. 그러다가 거진 7년 째 쭉 가지고 다니던 결혼반지를 드디어 끼워줬을 것 같다. 저걸 처음 봤던게 딱 7년 전 겨울 즈음이었는데 그 상태 그대로 조금 낡긴 했지만 깔끔한 상자를 꺼내는걸 보면서 우사가 되게 벙쪄가지구 그걸 아직도 가지고 다녔어? 하고 떨떠름하게 되물었을 것 같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 오래 안받아줄 줄은 몰랐지. 하면서 농담하고. 받아줬으니까 교환 불가, 반품도 불가야.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마냥 환하게 웃는지라 우사도 웃어버릴 것 같다. 무엇보다 마오가 정말 준비를 많이 해둬서 우사가 엄청 당황했을 것 같아. 아니... 아니 정말로 내가 안받아주면 어쩌려고... 하는데 결국 받아줬잖아? 하면서 능글맞게 웃어줄 것 같고.
"원래 사랑하면 지는 법이라고 하잖아."
"뭐야, 그럼 너는 나 안 사랑해?"
"나는 지금도 매번 지는 것 같은데."
"그런가?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반쯤 충동적으로 받은거라 실제로 결혼하기 전까지 많이 덜그럭거리긴 했을 것 같은데, 막상 결혼식 당일에 마오가 잘 리드해줘서 메리지 블루같은 건 싹 날려버렸을 것 같다!